요즘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요. 여러분은 '여름'하면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졸졸 흐르는 시냇가? 푸르른 녹음? 작렬하는 태양? 저는 그 중 시원해지는 밤 공기와 색색의 초록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위캔드 드라마에는 그 여름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작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여름에 보기 좋은 드라마인 <상견니>입니다 🌿

  두 번째로는 드라마와 관련된 짧은 에세이예요. 많은 드라마를 빠짐없이 보며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봤습니다 ㅎㅎ 🔐

  그럼, 이번주 행복하시길 바라며 드라마 레터 시작하겠습니다!

“연인 왕취안성의 죽음 후,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황위쉬안은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익명의 택배를 받고 그 안에 있는 오래된 카세트 플레이어와 테이프를 발견한다. 카세트 플레이어 속 노래를 들으며 버스를 타고 가던 황위쉬안은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천윈루라는 여고생이 되어 왕취안성과 똑같은 얼굴의 동창생 리쯔웨이를 만난다.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황위쉬안은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왕취안성과 리쯔웨이의 관계를 알기 위해 다시 타임슬립을 시도하는데…”

  드라마에서 사건의 포문을 여는 여주인공, 황위쉬안을 먼저 살펴보려 합니다! 2011년부터 17년까지 사귄 연인이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겉으로는 꿋꿋하게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그러지 못합니다. 왕취안성과 함께 갔던 밥집에 혼자 가거나 대학 시절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가 매일 데려다줬던 버스에 혼자 타는 등 드라마 초반엔 왕취안성을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타임슬립을 해 자신과 얼굴이 똑같은 1998년의 고등학생 천윈루의 삶을 살게 되었을 땐 소극적이었던 천윈루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는 인물입니다. 운동을 잘하고 머리가 좋아 반 친구들의 이목을 금세 끌었고 천윈루를 피습했던 범인을 찾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습니다. <상견니>에서는 타임슬립을 통한 두 주인공의 행동이 중요한 사건이지만 그 외, 천윈루 피습 사건이 중요하게 비추어지기 때문입니다. 천윈루 몸에 들어간 황위쉬안은 천윈루를 피습한 범인을 자신이 찾으면 1999년에 죽었다는 천윈루가 죽지 않고 살아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 동창인 리쯔웨이, 모쥔제와 협력하게 되는데 밝고 당찬 성격 덕분에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다음은 리쯔웨이와 2011년 이후의 왕취안성입니다. 리쯔웨이 또한 황위쉬안처럼 타임슬립을 해 2011년, 왕취안성의 몸에 들어왔습니다. 리쯔웨이와 현재의 왕취안성은 동일인이기에 둘을 엮어 함께 말해보려 합니다. 가장 먼저 리쯔웨이는 청춘물에 나오는 전형적인 고등학생입니다. 까불기 좋아하고 다른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고 농구를 좋아합니다. 천윈루 몸에 들어간 황위쉬안과 엮이며 황위쉬안을 좋아하게 됩니다.

  황위쉬안과 리쯔웨이처럼 타임슬립 하지는 않지만, 1998년에 이 둘과 함께 지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모쥔제입니다. 모쥔제는 리쯔웨이와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모범생이며 말썽을 그닥 일으키지 않고 천윈루를 무조건 도와줍니다. 서브 남자 주인공으로 천윈루를 피습한 범인을 잡고자 천윈루 속에 들어간 황위쉬안과 협력합니다. 1998년에 살고 있는 진짜 천윈루를 좋아하는 인물로 천윈루가 달라진 것을 가장 먼저 눈치챕니다. 한 쪽 귀가 들리지 않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고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준 리쯔웨이와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람의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이것이 천윈루를 구출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32 레코드는 1998년, 천윈루의 외삼촌이 운영하는 카세트 판매점입니다. 이곳에서 삼인방은 처음 서로의 존재를 인식했고, 그 후 펑난소대는 언제든 이 공간을 드나들며 우정을 쌓습니다. 32 레코드는 타임슬립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우바이의 <라스트 댄스>를 셋이 들을 수 있는 곳이자 진짜 천윈루를 피습한 범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32 레코드가 있었기에 인물들은 관계를 맺고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32레코드는 <상견니>에서 셋의 추억이 가장 많이 쌓이는 공간이 되어줍니다.  

  <상견니>에서는 '타임슬립' 세계관을 작가가 촘촘히 설정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타임슬립 하기 위해서는 규칙이 존재합니다. ‘상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과 ‘과거 혹은 현재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 것. 또한 중요한 매개체인 카세트 플레이어가 필요합니다. 우바이의 <라스트 댄스>라는 노래를 그 카세트 플레이어로 들어야지만 타임슬립이 가능합니다. 이런 세계관은 시청자들을 잡아당기기에 충분했고 인과관계 또한 들어맞아 복잡한 드라마 구성에 비해 쉽게 이해될 수 있었습니다. 

  타임슬립을 하는 시간대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다른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단 것이 시청자들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엔 인물 간의 갈등의 증폭이 확연히 일어나게 되죠. 예를 들어, 1998년 천윈루의 몸에 들어간 황위쉬안은 1999년에 죽는다는 천윈루를 살리기 위해 과거에서 부단히 애를 씀에 따라 천윈루는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온갖 애를 썼음에도 구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모쥔제·황위쉬안·리쯔웨이 셋 사이의 새로운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이에요.

  극의 후반부가 되면 천윈루는 황위쉬안이 갖고 있는 성격을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음에 좌절합니다. 하지만 그런 천윈루 옆에는 천윈루가 어떤 모습이든 좋아해 주는 모쥔제가 있습니다. 모쥔제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천윈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천윈루 네가 틀렸어. 세상에는 널 신경 쓰고 네가 필요한 사람도 있어. 지금 네 앞에 있는 나는 네가 너무 필요해.” 저는 이 대사를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극본을 집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